학부모5분 분량
패배한 날, 아이와 어떻게 이야기할까
Yoon Namkung · 테니스 코치 · FiMH 대표
아이가 코트에서 나옵니다. 졌습니다.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고, 어디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지도 알고 있고, 경기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집까지는 차로 1시간이 걸립니다. 아이의 한숨 소리가 차 안의 공기를 차갑게 만듭니다.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까?"
왜 하필 차 안이 어려운가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에게 시합 때 부모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는지 물어보면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지원, 정서적인 지지, 그리고 경기 직후에는 기술이나 전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1]. 경기 분석이 맞는 말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부모로서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난주부터 자꾸 핸드폰 게임하고 늦잠 잔 것, 오늘 아침 잘 안 먹은 것, 세컨 서브 연습 더 많이 해야 하는데 못 한 것, 실수한 포인트를 시합 내내 생각한 것 등 고쳐주고 싶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잘한 부분보다 잘못한 부분이 더 많이 생각나고 더 많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본능입니다. 특히 운전하는 동안은 이런 본능을 따르기가 더 쉬워집니다.
"아까 보니까 서브할 때 자꾸 어깨가 내려가는 것 같…"
"아 엄마! 쫌! 나도 알고 있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처음 20분 동안 할 말
유소년 스포츠를 다룬 연구들은 대부분 역할 분담을 강조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마음 편할 수 있는 환경을 맡고, 코치는 경기력을 맡습니다 [2]. 처음 20분 동안 부모가 하면 좋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인정하기. "오늘 힘들었겠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이 한마디에는 지켜봤고, 어려웠다는 걸 알고, 지금 분석을 시작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말하지 말고 물어보기. "지금 얘기할래, 아니면 뭐 좀 먹고 할까?"는 대화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돌려줍니다. 패배 직후에 작은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은 생각보다 아이에게 의미가 큽니다. 스스로 고른다는 느낌, 즉 자율성은 오랜 기간 동기를 지탱하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둘은 잘하고 있다는 느낌(유능감)과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관계성)입니다 [3].
침묵도 대답으로 받아들이기. 아이가 싫다고 하면 대화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것입니다. 거절해도 된다는 걸 아는 아이가, 결국 먼저 말을 꺼냅니다.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다음 네 가지 주제는 코치에게 맡기거나, 나중에 모두가 차분해졌을 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기술 분석(예: 세컨 서브 동작)
- 전술 분석(예: 4-5, 30-40에서의 선택)
- 지난달에는 이겼던 상대와 오늘을 비교하는 말
- "내가 말했잖아"로 시작하는 모든 말
틀린 관찰이라서가 아닙니다. 차 안에서 부모가 전할 말이 아닐 뿐이고, 거기서 잘못 전하는 순간 아이는 앞으로 부모와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힘이 센 한 문장
한마디만 건넬 수 있다면, 결과가 아니라 아이가 해낸 노력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잘한다"는 칭찬이 어떻게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 클라우디아 뮐러(Claudia Mueller)와 캐럴 드웩(Carol Dweck) 연구팀의 실험이 하나의 답을 줍니다. 연구팀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퍼즐 문제를 풀게 하고, 좋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에게 두 가지 중 하나의 칭찬을 건넸습니다. 한 그룹에는 "정말 똑똑하구나"라고, 다른 그룹에는 "열심히 했구나"라고 말했습니다 [4].
이후 연구팀은 아이들의 선택과 이어진 문제의 점수를 비교했습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새로운 풀이법을 배우기보다 다른 아이들의 점수를 더 궁금해했고, 지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더 강했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에도 더 열심히 매달렸고, 이어진 문제에서 점수도 더 좋았습니다 [4].
퍼즐을 푼 실험이지만, 부모가 건네는 칭찬이 아이에게 '나는 어떤 아이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테니스 코트에서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패배한 직후에 건네는 말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납니다.
재능과 결과에 초점을 둔 말:
"너는 원래 잘하잖아. 다음에는 이길 거야."
노력에 초점을 둔 말:
"2-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뛰더라. 나라면 못 했을 것 같은데 대단하더라."
첫 번째 말은 따뜻한 위로입니다. 하지만 방금 진 아이에게는 '나는 잘하는 아이여야 하는데, 왜 졌을까?'라는 질문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이길 거야"는 부모가 보장할 수 없는 약속이어서, 다음에도 지면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두 번째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아이가 코트에서 실제로 한 행동을 그대로 말해 줍니다. 점수가 밀리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남기 때문에, 진 날에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다음 경기에서도 해 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정확히 짚어 줍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이렇게 해 보면 좋습니다.
- "오늘 힘들었겠다." (인정하기)
- "지금 얘기할래, 아니면 뭐 좀 먹고 할까?" (선택권 주기)
- 아이가 말하면 듣고, 열린 질문 하나만 하기. 말하지 않으면 음악을 틀기.
- 기술적인 이야기는 아이가 아니라 코치에게 메시지로 전하기.
아이는 자기가 졌다는 걸 이미 압니다. 왜 졌는지도 대체로 압니다. 아직 모르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진 것 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졌는지 아닌지입니다. 차 안에서 오가는 질문은 그것뿐이고, 부모가 답해야 할 것도 그것뿐입니다.
참고 문헌
- [1]Knight, C. J., Boden, C. M., & Holt, N. L. (2010). Junior tennis players' preferences for parental behaviors. Journal of Applied Sport Psychology, 22(4), 377–391. https://doi.org/10.1080/10413200.2010.495324
- [2]Harwood, C. G., & Knight, C. J. (2015). Parenting in youth sport: A position paper on parenting expertise. Psychology of Sport and Exercise, 16, 24–35. https://doi.org/10.1016/j.psychsport.2014.03.001
- [3]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https://doi.org/10.1207/S15327965PLI1104_01
- [4]Mueller, C. M., & Dweck, C. S. (1998). Praise for intelligence can undermine children's motivation and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1), 33–52. https://doi.org/10.1037/0022-3514.75.1.33
글쓴이
Yoon Namkung · 테니스 코치 · FiMH 대표
남궁윤은 GPTCA와 ITF 코치 자격을 갖춘 테니스 코치이자 FiMH의 대표입니다. 서울의 정진화테니스아카데미(JTA)에서 주니어 및 성인 200명 이상을 지도하였으며, 현재는 프랑스 리옹에서 테니스 선수, 코치,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Yoon Namkung의 글 모두 보기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