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5분 분량
우리 아이가 코트에서 라켓을 던졌다
Yoon Namkung · 테니스 코치 · FiMH 대표
4-1에서 4-5로
4-1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4-5로 역전을 당했고, 결국 경기를 지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자신 있는 얼굴로 “엄마, 나 이길 수 있어!”라고 하던 아이였습니다. 시합은 역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아침에 한 말이 떠올랐는지, 아이는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코트에서 라켓을 집어 던졌습니다.
“이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강인한 마음과 예의는 함께 자랍니다
코치로서, 또는 부모로서 주니어 선수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가치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마음이 강인한 사람’이 되는 것과 ‘예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아이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두 가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강인한 사람은 결과가 나쁘거나 상대가 욕을 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스스로 중심을 잡게 하고, 그 중심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예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거꾸로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은 마음을 강하게 만듭니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거나 원치 않는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태도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켓을 던진 행동은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 순간 강인함도, 예의도 함께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혼내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서는 코트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어린 아이가 언제나 강인한 마음으로 예의를 지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라는 중인 아이들은 아직 자기 감정을 잘 모르고, 알더라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모릅니다.
ITF 주니어 대회처럼 국제 대회를 뛰는 아이들에게는 이 일이 더 어렵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은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합니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은 상대를 계속 만나다 보면, 아이가 지켜 온 가치관은 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부모의 공부가 먼저입니다. 결국 아이를 가르치고 키우는 사람은 우리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예의와 존중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먼저 알아야, 아이에게 강인한 마음과 예의를 함께 가르칠 수 있습니다.
예의는 문화마다 다릅니다
upd 먼저 받아들여야 할 사실은,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 곳에서 예의인 행동이 다른 곳에서는 무례가 되기도 합니다.
상대의 실수에 환호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더블 폴트를 하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 때 기뻐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을 매너로 배웁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주니어 대회에서는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의 실수에도 크게 "바모스(Vamos)!"나 "컴온(Come on)!"을 외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1]. 이를 상대에 대한 모욕이 아닌 자기 암시의 문화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가 코트에서 쉽게 평정심을 잃게 됩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다스리는 법을 배웁니다 [2]. 지고 있다고 짜증을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호흡을 하며 짜증을 누르는 데 집중합니다.
반대로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는 감정을 누르기보다 먼저 인정하는 쪽입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최고의 챔피언과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는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3]. 감정이 올라오면 먼저 인정하고, 때로는 코트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곧바로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라켓을 부순 적도 있다고 털어놓으며, 그 일은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럽다고 덧붙였습니다 [3]. 이렇게 생각하는 선수에게 한 번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무례가 아니라 감정을 흘려보내는 과정입니다.
같은 유럽 선수라도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또 다릅니다. 나달은 라켓을 부수지 않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삼촌이자 코치였던 토니 나달(Toni Nadal)은 여섯 살 나달에게 “라켓을 한 번이라도 던지면 나는 더 이상 네 코치가 아니다. 세상에는 라켓이 없고 살 돈도 없는 아이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4].
같은 감정이라도 다루는 방법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어느 한쪽만 옳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렇다고 모든 행동이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상대를 향해 노골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행동처럼, 어디에서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선 안쪽에서 어디까지 괜찮은지는 어느 나라, 어느 대회에서 경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부모는 여러 문화권의 예의와 그 선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 공부는 두 가지 실수를 막아 줍니다. 하나는 우리의 가치를 어디서나 고집하는 실수입니다. 어떤 가족은 “라켓 한 번쯤은 던져도 괜찮아. 나쁜 감정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게 경기에는 더 중요하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모든 코트에서 통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는 실수입니다. “경기 중에 화난다고 소리를 지르다니, 정말 예의 없는 선수구나.”라고 단정하고 그 선수를 평가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중심은 지키고, 상대는 존중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가치와 중심을 지키면서도 상대와 그 문화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무례한 행동에 쉽게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누가 무례하게 굴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라켓을 던진 아이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이것입니다. 부모가 먼저 다른 문화의 예의를 알고 있으면, 아이에게 “그러면 안 돼”라는 말만 하는 대신 왜 그 선을 넘으면 안 되는지, 그리고 다른 선수의 낯선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1]Baseline Staff (2023). Marton Fucsovics complains and curses about "12-year-old" Sebastian Baez in Lyon. Tennis.com. https://www.tennis.com/baseline/articles/marton-fucsovics-complains-and-curses-about-12-year-old-sebastian-baez-in-lyon
- [2]Matsumoto, D., Yoo, S. H., & Fontaine, J. (2008). Mapping expressive differences around the world: The relationship between emotional display rules and individualism versus collectivism. 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 39(1), 55–74. https://doi.org/10.1177/0022022107311854
- [3]Wertheim, J. (2023). Novak Djokovic says hungry, young tennis players "awaken a beast" in him. 60 Minutes, CBS News. https://www.cbsnews.com/news/novak-djokovic-hungry-young-tennis-players-awaken-beast-60-minutes-transcript/
- [4]ESPN Deportes (2021). Toni Nadal reveló la verdadera razón por la que Rafa no rompe raquetas. ESPN Deportes. https://espndeportes.espn.com/tenis/nota/_/id/9023074/toni-nadal-revelo-la-verdadera-razon-por-la-que-rafa-no-rompe-raquetas
글쓴이
Yoon Namkung · 테니스 코치 · FiMH 대표
남궁윤은 GPTCA와 ITF 코치 자격을 갖춘 테니스 코치이자 FiMH의 대표입니다. 서울의 정진화테니스아카데미(JTA)에서 주니어 및 성인 200명 이상을 지도하였으며, 현재는 프랑스 리옹에서 테니스 선수, 코치,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Yoon Namkung의 글 모두 보기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조언이 아닙니다.